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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계경제의 약한 고리, 남유럽
작성일 2020.04.14

세계경제의 약한 고리, 남유럽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매일경제신문, 4월 14일자


스페인과 이탈리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4월 13일 기준 각각 16만6800여 명, 15만6300여 명으로 미국(56만명)에 이어 세계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들어 확산세가 조금 주춤해졌지만 아직 하루 평균 3000~4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더구나 누적 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사율은 이탈리아(12.7%) 스페인(10.3%) 모두 세계보건기구(WHO)가 파악한 세계 평균(6.1%)의 2배에 가깝다. 뉴질랜드(0.4%) 싱가포르(0.3%) 이스라엘(0.9%) 한국(2.1%) 등 치사율이 낮은 국가들과 큰 대조를 보인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이탈리아와 스페인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이유는 초기 대응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31번 확진자가 슈퍼 전파자였다면 이탈리아는 1번 확진자가 슈퍼 전파자가 되어 무려 39명이나 감염시켰다. 아직도 이 환자의 감염 경로를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월 유러피안 챔피언스 리그 축구 경기에 출전한 발렌시아 팀을 응원하러 스페인에서 관중 3000여 명이 이탈리아 밀라노에 모여들면서 집단감염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 후 감염자가 급증하자 전국 이동 제한 및 휴교령이 내려졌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두 나라 모두 초고령 사회이고, 공공의료체계가 부실한 점도 문제다. 이탈리아는 고령화 세계 2위이고, 스페인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의료비 지출 비중은 이탈리아(8.8%) 스페인(8.9%) 모두 서유럽 평균(10.1%)보다 낮다. 의료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처우가 나빠지면서 지난 10년간 의사 1만명이 이탈리아를 떠났다고 한다. 의료진과 정부가 우왕좌왕(右往左往)하는 사이 코로나19는 번개처럼 빠르게 번져 나갔다.

또한 지역 간 감정 대립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이탈리아 롬바르디아나 스페인 카탈루냐는 부유층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잘사는 지역이니 알아서 하겠지 하는 방심이 사태를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독립을 외치는 카탈루냐 지방정부와 스페인 연방정부 간 협조가 잘되었을 리 없다.

여기에 국민이 냉소적으로 대응한 것도 문제다. 지난달 밀라노를 방문한 중국 적십자회 관계자들은 이탈리아 정부의 강력한 이동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 없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이동 제한으로 수입원이 줄면서 관광 대국 남유럽 경제도 악화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재정이 취약한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PIGS 국가가 또다시 재정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회원국 국채의 금리 차이를 메우지 않겠다고 발언한 직후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크게 치솟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량 투매가 발생했다. 부랴부랴 ECB가 긴급자금을 투입해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유사 사례가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른다. 유럽안정메커니즘(ESM)의 코로나19 구제금융 전용 방안도 북유럽 회원국 반대로 논의가 겉돌고 있다.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남유럽 상황을 기민하게 모니터해야 한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발표되고 있지 않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PIGS 국가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한다면 같은 통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잘 사는 북유럽과 쪼들리는 남유럽이 세계적 재앙인 코로나19를 계기로 화합해서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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