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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의원입법 사전검토제 지지합니다
작성일 2021.07.06

의원입법 사전검토제 지지합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국민일보, 7월 6일자

 

지난달 법제처가 의원입법 사전검토제를 도입한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의원발의 법안을 법제처가 먼저 보고 문제가 있으면 조율하겠다는 내용이다. 국회는 입법권 침해라며 즉각 반발했고, 법제처는 ‘정부 정책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하는 경우로 한정한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법제처의 진의는 정부가 국회의원에게 부탁하는 우회 입법에 대해 부처 간 이견을 사전에 조율하겠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에서 법안 주도권을 놓고 부처들이 다투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도다.


하루 반나절 남짓 펼쳐진 이 해프닝에 생각보다 많은 관심이 쏠렸다. 법제처가 뜨거운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의원입법에 제동이 걸리나’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어떤 전문가는 “행정부인 법제처가 입법부 고유 권한인 법안 발의에 간섭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오죽 답답하면 나섰겠느냐. 용감한 법제처를 응원한다”고 했다. 또 어떤 기업인은 “부실 입법 막는 데 흑묘백묘(黑猫白猫)가 무슨 문제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의원입법 사전검토제가 크게 회자된 배경에는 의원입법 급증 문제가 있다. 21대 국회는 출범 1년 만에 1만여건의 의원입법을 발의했다. 매주 190건, 매일 27건을 발의한 셈이다. 역대 최다였던 20대 국회의 의원입법이 2만 3000여건인데, 21대가 이 기록을 깰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우리나라 의원입법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많다. 일본과 영국 독일 등은 임기 중 의원 발의가 400건 내외이고, 프랑스도 900건 정도다. 정부에 입법권이 없는 미국도 의원입법이 1만 8000여건으로 우리보다 적다.

의원입법 급증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의원입법은 정부입법보다 발의가 쉽다. 정부입법은 규제영향평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국회 제출까지 5~7개월 정도 소요된다. 반면 의원입법은 의원 10명 이상 동의만 있으면 되고, 규제영향평가 등이 생략돼 빠르면 보름 만에 국회 제출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의원의 의정활동을 법안 발의 건수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일 잘하는 의원으로 인정받으려면 입법 실적을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이는 의원입법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주요 요인이다.

법안이 많으면 심사도 어렵지만, 진짜 문제는 법안 품질이다. 쏟아지는 법안 중에는 현실에 맞지 않는 법안, 불필요한 법안, 부작용이 우려되는 법안이 상당수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폐기된 법안 비율로 점검할 수 있다. 20대에는 의원발의 법안의 68%가 폐기됐다. 1만5000건에 달하는 법안이 ‘시행하기 어려운 법안’으로 증명된 것이다. 실제로 폐기된 법안들은 임금을 연 4억5000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살찐 고양이법’(최고임금법 제정안), 업무시간 외의 전화·문자를 금지하는 ‘카톡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실현 가능성이 낮고 사회적 부작용도 크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말이 있다. 물을 마실 때마다 근원을 생각하라는 의미로, 국민이 나라의 근본이라고 믿었던 백범 선생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국회는 의원입법 사전검토제의 입법권 침해만 꼬집을 게 아니라 부실 입법의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안한 ‘선진국형 입법영향평가제’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국회 스스로 의원입법을 평가해 부실 법안을 걸러내면 삼권분립도 지키고 입법 품질과 의정활동 평가를 모두 내실화할 수 있다. 입법영향평가는 뜻있는 의원들의 숙원이기도 하다. 20대 국회에서는 문희상 전 의장이 나섰고, 21대 국회에선 김태년 정경희 의원이 도입을 추진 중이다. 21대 국회가 의원입법과 관련해 명예롭지 못한 기록들을 경신하지 않도록 의원들께 음수사원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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